정수리가 뜨거워져도 태양 아래서 발가벗고 뛰어다니는 것이 마냥 좋은 청춘, 여름은 청춘을 닮았습니다. 달라진 바람의 결을 알아차리고 기다리는 사람은 우수 짙은 가을을 닮았고요. 여러분은 지금 어느 계절에 머물러 있습니까?
Editor. 나비
목포의 ‘북교동 예술인 골목’을 여행했습니다. 노랗게 칠한 벽에 89세 어머니가 쓴 시가 적혀있었어요.
큰딸 자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큰딸이어라우
나를 사랑허고 끔찍하게 생각허고
서울에 전화를 하루에 두세 번 헌당게
한번도 내 속을 썩인 것이 없당게
낮에는 낮밥 먹었는가 전허고
저녁에는 잘 자라고 전화허고
하루도 안 빼먹고 전화헌당게
그랑게 제일 큰딸이 좋지라우
내리사랑은 당연한 줄 알고 받지만, 자식이 부모에게 전하는 마음은 효로 전해집니다. ‘효’를 행한다는 건 노력을 수반하는 일이고요. 위 시에서 딸의 행동은 효 이전의 순수한 사랑이 발현된 모습입니다. 아마도 딸은 어머니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겠죠. 이렇게 자주 전화하는 까닭은 노모의 곁을 늘 지키는 가족이 없으니, 목소리를 들으며 안심하고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까닭도 있을 테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에게 전화를 걸면, 듣고 싶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습니다. "우리 딸은 밥 먹었고?" 어머니는 묻겠죠. 여러분은 어떤 존재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란 말을 듣는지요?
풀벌레 우는 가을입니다. 한여름 짙은 그늘을 드리웠던 나무가 달라진 바람결에 무거운 머리를 흔듭니다. 가벼워질 준비를 마친 나무는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처럼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이, 마음이 시 속의 딸처럼 흘러넘치길, 가을 나무처럼 가볍고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제1회 <SRT매거진> 백일장
여행 수기 공모
정답 없는 삶에서 여행은 언제나 좋은 답을 주지요. 누군가에게 재미와 위안이 될 당신의 여행 수기를 기다립니다. 9월 SRT가 확대·운행하는 노선 11개 지역*(14개 정차역)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선정된 5분에게는 파카 만년필을 선물하며, 우수작 당첨자에게는 소정의 고료와 객원기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드립니다.
참여방법
<SRT매거진> 웹진 BOARD 게시판에 원고, 사진과 함께 이름,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선물 발송 관련하여 선정된 분께 개별 연락드립니다.
응모기간 8.28~9.17
원고 분량 A4 10포인트 한 장 (200자 원고지 기준 8장), 여행 사진 2~3장 JPEG 파일 포함
발표 10월호 및 웹진 게시
*11개 지역 _ 경남 밀양·김해·창원·진주, 경북 포항, 전남 여수·순천·구례·곡성, 전북 남원·전주